보도자료 없는 주말
샘 올트먼은 방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한국으로 왔다. 토요일 그는 서울 남쪽 용인의 한 회사 부지에서 전자·금융·바이오 등 삼성 계열사 임원 약 50명을 만났다. 현지 언론은 SK그룹 최태원 회장과의 회동도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회동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고, 양측 모두 칩 가격이나 물량, 투자에 관한 합의를 발표하지 않았다.
화두는 메모리였다. 오픈AI의 데이터센터 계획에는 AI 가속기 옆에 들어가는 적층 칩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용 일반 D램이 막대하게 필요하다.
서울이 협상력을 쥔 이유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의 약 63%를 차지했다. HBM에서는 점유율이 약 83%에 달했다. 두 회사는 이미 향후 생산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삼성의 2027년 HBM 생산분은 계약이 완료됐고, SK하이닉스는 2029년까지 예약이 끝났다.
업계 추산으로 올해 공급은 수요보다 1~2% 부족하며, 2027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마이크론은 새 생산 설비를 짓는 데 수년이 걸린다며 부족 사태가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모리는 이제 범용 상품에서 협상 카드로 바뀌었다. AMD의 리사 수와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물량 확보를 위해 비슷한 방문을 했다.
돈이 또 다른 제약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조달 목표를 당초 예상보다 낮춘 최대 200억 달러로 줄였다. 회사는 한국 파트너들과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약속했으며, 자금 문제는 이 사업의 진행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도 자체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사상 최대 예산을 투입해 이른바 세계 최고 성능의 주권 AI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통째로 수출하기보다 국내 AI 프로그램과 연계하기를 원한다.
올트먼에게 이번 방문은 계약이 아니라 호의와 정보를 얻은 자리였다. 메모리 업체들에게는 구매자가 흥정 대신 줄을 서는 시장임을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어느 쪽도 칩 가격을 낮추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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